이선균,서우,심이영 / 박찬옥
나의 점수 : ★★★★
죄의식과 욕망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최은모(서우)가 파주로 돌아오는 오프닝 장면의 자욱한 안개는 그녀가 욕망의 대상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절묘한 메타포이고 결국 그녀는 (엔딩 장면에서) 길을 잃는다. 과연 그녀가 알고 싶어했던 것은 무엇일까? 금지된 대상인 김중식(이선균)에 대한 사랑일까 반대로 욕망을 저지시키는 언니의 죽음에 관한 사실일까? 박찬옥은 구구절절한 설명을 늘어놓기보다 퍼즐을 짜맞추듯 지난 시간들을 풀어놓는다. 다시 영화의 시공간은 오래 전의 중식에게로 돌아와서 그의 죄의식을 집요하면서도 선선하게 그려낸다. (아마도 투옥당한 선배의 부인이자 자신의 첫사랑일) 여자선배의 집에 도피 중인 중식은 그녀를 위로하다 불같은 감정에 휩싸이게 되고 바로 그 순간 선배의 아이가 심한 화상을 입는다. 이 죄의식에 떠밀려 파주로 내려와 칩거하다 (죄의식을 감싸안아 줄 수 있었기에) 결혼한 은모의 언니 은수는 등에 화상자국을 가지고 있다. 결국 그는 결혼을 했음에도 술 기운을 빌려 죄의식을 제거해야만 은수와 섹스를 할 수 있고 미친듯이 등을 어루만지고 쓰다듬는 퇴행으로만 상처를 바라볼 수 있다. 그 죄의식을 잠시 감싸주었던 은수조차 사고로 불에 타(!!!) 죽어버리는 상황, 그의 죄의식은 점점 깊어만 간다. 여기서 잠시 지나친 결정적 장면, 은모가 김중식의 첫사랑에 대한 얘기를 듣고 반 아이들과 함께 흉내낸 장난에 중식은 왜 그렇게 소스라치게 놀랐던 것일까. 그녀가 욕망의 숭고한 대상이자(첫사랑) 죄의식의 출발(선배의 여자를 범하는 순간 아이가 심한 화상을 입음)이었던 대상을 정확하게 그려냄으로서 같은 대상으로 (어린 제자이면서 첫사랑과 너무도 닮은 성적 환타지) 전환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동안 한결같이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중식이 은모를 보살피는 행동은 그러니까 죄의식에 대한 보속이며 동시에 욕망에 대한 가리워진 숭배다. 이미 은모가 첫사랑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장난을 치며 뒤돌아 봤던 순간이 사랑과 죄의식이 겹쳐지는 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하는 (철거현장에서의) 은모에 대한 중식의 고백이 당연한 귀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장면, 의혹이 풀리기는 커녕 점점 중식이 언니를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 은모가 보험회사에서 돌아와 중식에게 처음 던지는 질문은 '나를 사랑했나요?'가 아니라 '왜 (자기 일도 아닌 철거투쟁 같은) 이런 일을 하세요?'다. 결국 은모가 알고 싶은 것은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 중식의 마음 속 이야기인 것이다. 불행히도 중식은 이 순간 '나도 모르겠다'라고 말함으로서 소통에 실패한다. 죄의식과 욕망은 결코 하나가 되지 못하고 대상을 찾지 못한 말들은 소통하지 못한 채 공허하게 흩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의 그 무시무시한 장면. 평론가 김소영의 말대로 '박광수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곤 했던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나 심리적으로 엉클어진 지식인'의 재래이자 386 세대 혹은 운동권 세대의 알레고리인 중식은 유폐되고 은모는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알길이 없으므로 무작정 어딘가를 향해 길을 잃고 달려간다. 그때 스윽 자동차를 타고 우아하게 옆을 지나가는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깡패 보스인 이경영의 알듯 모를듯한 미소. 여기서 영화는 문득 세대론에 갈리고 소통에 실패함으로서 결국 건설자본만이 유일한 승리자가 되었던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의 풍경을 정확하게 일그러진 형태로 반영한다. 결국 파주에서 쫒겨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던 사람들이 쫒겨나고 등장 인물들이 모두 소통하지 못한 채, 새로운 세대들은 덩그러니 놓인 열린 길을 영문도 모르고 달려간다. 박찬옥의 열린 결말이 보여주는 그 무시무시함.
그리고 마지막의 그 무시무시한 장면. 평론가 김소영의 말대로 '박광수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곤 했던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나 심리적으로 엉클어진 지식인'의 재래이자 386 세대 혹은 운동권 세대의 알레고리인 중식은 유폐되고 은모는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알길이 없으므로 무작정 어딘가를 향해 길을 잃고 달려간다. 그때 스윽 자동차를 타고 우아하게 옆을 지나가는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깡패 보스인 이경영의 알듯 모를듯한 미소. 여기서 영화는 문득 세대론에 갈리고 소통에 실패함으로서 결국 건설자본만이 유일한 승리자가 되었던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의 풍경을 정확하게 일그러진 형태로 반영한다. 결국 파주에서 쫒겨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던 사람들이 쫒겨나고 등장 인물들이 모두 소통하지 못한 채, 새로운 세대들은 덩그러니 놓인 열린 길을 영문도 모르고 달려간다. 박찬옥의 열린 결말이 보여주는 그 무시무시함.



덧글
oopsmax 2010/04/26 17:26 # 삭제 답글
이 영화 꼭 보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했네요.잘 지내시지라? ^ ^;
그림 없는 그림책 2010/04/30 01:26 #
헉 요새 이글루스도 거의 방치 상태라서 덧글 남기신 줄도 몰랐네요. 네, 뭐 적당히 굴곡있는 인생으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oopsmax님도 요즘도 여전히 바쁘게 잘 지내고 계신지 모르겠군요. 언제 시간 될 때 메신저에서라도 얘기나눠요. ^^